서울이란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나 몰랐다. 이제야 알게 되는데, 대충 지어진 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울 때를 틈타서 여론으로 만들어진 것 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사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고, 우리만의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국민참여 정치의 역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옛날 조선시대에 왕의 옆에서 의견을 개진한 신하들도 그렇게 여론을 만들어서 국정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차라리 한양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중의적인 단어가 수도의 이름으로 선택됐기 때문이고, 여러 이유로 개선되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그 광고] [8] 이승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서울 이름 바꾸려 '현상 공모'
그 시절 그 광고 8 이승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서울 이름 바꾸려 현상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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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서울 이름 바꾸려 '현상 공모'
‘서울’을 대신할 수도의 새로운 이름을 현상 모집한 ‘수도명칭조사연구위원회’의 광고(조선일보 1955년 11월 28일자).
1955년 늦가을, 서울시가 조직한 '수도 명칭 조사연구위원회'가 특별한 현상 공모를 알렸다. '서울'을 대신할 새로운 수도 이름을 정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조사한다는 것. 전쟁 후 나라가 어수선한 시절이기는 했지만, 이 공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받는 대신 '일반 국민으로부터 제시된 희망 명칭' 등을 종합한 네 가지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4지선다형'모집을 한 것이다. 명칭안은 '①우남(雩南) ②한양(漢陽) ③한경(韓京) ④한성(漢城)'이었다. 당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호(號)를 첫째로 올렸다(조선일보 1955년 11월 28일자).
서울 이름 변경론의 발단은 대통령의 말이었다. 이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16일 특별 담화에서 "서울은 수도(首都)란 뜻이니 적당치 않아 새로운 이름을 제정하고자 한다"며 국민에게 새 이름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1955년 9월 17일자). 한글학자 최현배씨는 일반 명사가 수도 이름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 취지에 찬성하면서 '한벌'이나 '삼벌' 같은 우리말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1955년 9월 21·23일자).
그러나 충성 경쟁을 벌이던 고관들은 서울의 새 이름으로 현직 대통령의 호 '우남'을 밀었다. 모집 공고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 있다. 여론 조사를 우편 접수를 통해 하겠다는 것부터가 상식에 벗어난다. 4개 보기를 제시하면서, 대통령조차 '중국 발음 같아 적당하지 않다'고 제외한'한양''한성'까지 넣었다. '정답'을 짐작하게 해 준다. 한 국가의 수도 이름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에 관한 모집 공고인데, 옆에 실린 '교통부 물품 구입 입찰 공고'와 거의 같은 크기로 조그맣게 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응모를 마감한 결과, '우남시'가142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양'(1117명) '한경'(631명) '한성'(331명) 순이었다(1956년 1월 19일자). 그러나 '우남특별시'에 반론이 들끓었다. 집권당 어느 의원조차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 욕할 때 '서울 놈, 서울 놈'하는데, 서울이 우남시가 되면 '우남 놈, 우남 놈'하지 않겠나"라며 반대했다(경향신문 1956년 3월 11일자). 이 대통령조차도 '내가 대통령으로 앉아서 서울 이름을 내 별호인 우남으로 짓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대하며 '한도'로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1957년 1월 20일자). 수도 명칭 변경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서울 이름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 뻔했던 '수도 명칭 변경 현상 모집'의 빛바랜 광고만 남아 한 시대의 풍경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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