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이에서 어른으로 순식간 돌변한 것 같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어른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알고 있던 경제 상식을 블로그에 올린 글을 아이에게 톡으로 전달해주고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걸 읽은 아이는 친구에게 전달시켜줬고, 그러자 내 마음대로 꾸려가던 그 블로그를 이젠 좀 정리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아이에게 전해줄 이야기를 담을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마도 아이가 커가는 동안 아내와 나도 자라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면 그냥 삶을 살아냈지만 아무런 결실도 없는 것 같은 암담함을 느끼며 실망하기도, 섭섭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걸 미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무작정 달리던 과거를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후회되기도 하고, 더 잘할 수 없었을까 아쉽기도 한데, 결국 되돌아보면 그러지 않았다면 이렇게 살 수 없었을 거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 수 있었고, 우리 부부의 삶도 살아냈고, 자녀들도 나름의 삶을 잘 살아나가고 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내 삶이 평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한 삶이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시력도 떨어지고, 여기 저기 앓는 일이 잦아졌고, 조금만 늦게 자도 피곤하고, 신기술이다 어쩐다 해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등등 예전의 활달함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운신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정도...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라고 어느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그 가수는 개인적으로는 최애하는 가수인데, 놀랍게도 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 것이 대학 졸업한 뒤 얼마 안되서이고, 적어도 가사를 쓴 건 대학생 즈음이 아닐까 예상한다.
(그래서 김창완 님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언제 만드셨는지 물어봤다. 아니었다. 27살이었다고 하신다. 철이 없었고, 만용이었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세월을, 청춘을 노래했으니, 젊은이들도 청춘을 사색하면서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청춘에 합창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공연 오신 분들을 몇 분 모아서 불렀다고 한다. 이게 청춘을 대하는 김창완 님의 멋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걸 불렀던 이들이 이제는 애 엄마들이 다 됐을 거라고 하시는데, 이제는 할머니도 되셨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읊어주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들을 때마다 새롭고, 재밌다.)
세월이 그렇게 빠르게 흐르는 걸 깨닫게 된다면 청춘이, 젊은 시절이 아깝지 않게, 허비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