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전해듣게되어 좋은 교회다, 좋은 목사님이시다 생각했다. 사실 교회가 언젠가부터 정치적인 영역에서 맹위를 떨치게 되어 이미지가 상당히 흐려졌음은 물론이고, 아울러 교인들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필자가 경험한 기독교, 교회는 조금 특별하다. 우선 부친이 어릴 적, 지지리도 못살던 시절, 시골에서 6.25 전란을 겪으면서 해외에서 기독교를 전했던 선교사가 활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당시는 유희 꺼리고 없고, 먹을 꺼리도 부족했던 시절이었다고 들었다. 나무 열매, 풀뿌리, 먹을 수 있는 건 구해다가 먹어야 했고, 땔감을 매일 구해야만 했고, 많았던 식구가 힘겹게 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시골 마을에 교회가 들어서고, 선교사가 오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예배를 드리면서 신세계를 만나게 되셨던 거라. 그래서 필자의 집에서는 신앙의 1대 부친이 계시고, 이어서 2대,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 도움을 받게 되면서 종교를 받아들이고 대를 이어가며 신앙인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해서, 역사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구나 생각한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일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시골(나름) 교회에서 대도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내가 다니는 교회도 아니면서)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이런 교회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포스팅을 해본다.
교회 앞 ‘참새방앗간’ 나눔 샘솟는 쉼터 됐다
입력 2021-03-26 03:00
익산삼일교회가 전북 익산 석탄동 교회 앞에 컨테이너 박스로 마련한 참새방앗간 모습. 익산삼일교회 제공
전북 익산삼일교회(진영훈 목사)는 최근 교회 앞에 컨테이너 박스로 13㎡(약 4평) 남짓의 조그마한 ‘방앗간’을 마련했다. 떡을 만드는 진짜 방앗간은 아니다. 옛 방앗간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살려 누구나 들러 쉴 수 있게 만든 쉼터 같은 곳이다. 이름도 ‘참새방앗간’이라 지었다.
진영훈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참새방앗간을 연 지 10일 정도 됐는데 많은 분이 들렀다 가셨다”며 “생수를 꺼내 목을 축이기도 하고 비치된 책을 보다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근처에 자전거 트레킹 길이 있는데 운동하다 들르시는 분도 있다”며 “택배 아저씨 등 몇몇 분은 좋은 공간에서 잘 쉬다 간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참새방앗간에는 생수 150병, 마스크, 커피, 책 등이 구비돼 있다. 모든 게 무료다. 생수는 빨리 소비될 거라 생각해 여유분을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아직 쓸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누군가 참새방앗간에 계속 생수를 채워 넣은 것이다.
진 목사는 “재밌는 게 냉장고 안에 음료 종류가 늘었다”며 “캔커피, 사이다, 콜라 등 오가는 분들이 몇 개씩 채워 넣고 가셔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새방앗간 소식을 듣고 도서 기부도 늘었다”며 “시작할 땐 200권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가 됐다”고 덧붙였다.
참새방앗간 안에는 각종 도서와 커피, 생수 등이 구비돼 있다. 모두 무료로 누구든 쉬다 가며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익산삼일교회 제공
진 목사가 참새방앗간을 기획한 건 지난해 가을쯤이다. 교회에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심고 누구든 감이나 대추를 따 가라고 공유했다. 진 목사는 “어떤 가족이 감과 대추를 따 가면서 ‘교회가 이렇게 하니까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짧은 찬양 같았다”며 “그분들이 예수님을 믿는지 안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을 통해 세상과 동떨어진 교회가 아니라 열린 교회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이런 생각을 교인들과 나눴고, 교인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참새방앗간이 시작됐다. 애초 진 목사가 생각했던 이름은 ‘마을 우물’이었다. 우물은 마을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동시에 놀이터 역할을 했다. 나그네가 물 한 모금 적시고 가는 곳도 우물이다. 진 목사는 “교회 권사님이 참새방앗간이란 좋은 이름을 주지 않으셨다면 ‘마을 우물’로 이름 지었을 것”이라며 “참새방앗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 참새방앗간으로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익산삼일교회는 참새방앗간 2~3호점을 준비 중이다. 자전거 트레킹 길 500m와 1㎞ 지점에 정자가 하나씩 세워져 있는데 그곳에 일단 도서 문고를 하나씩 놔둘 계획이다.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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